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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2. 23:27

[이번 여행에서 일정을 정하는 것은 4~5일 전에 결론을 내고 관련 예약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돌아와서 여행 전체를 복기해 보면서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곳과 안 해도 좋았을 여행 등을 생각했었지만, 여행을 하기 전에는 그것을 미리 알지는 못했다. 아마 좀 더 꼼꼼하게 준비했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내게 있어서 여행은 일이라고 볼 수 없기에 그 정도의 꼼꼼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호텔은 테살로니키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테살로니키로 도착하는 기차가 늦은 편이어서 가능하면 역 근처의 숙소를 선택한 것이다. 숙소 위치는 적당했던 것 같다. 아침에 숙소에서 일어나서 호텔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 오늘 일정을 대략 그려봤다. 시내의 주요한 볼거리를 둘러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일단은 일주일 정도 밀린 빨래를 해결하기로 했다. 

호텔 앞 전경. 부두 근처의 숙소이다.

 

[30일 여행이라 옷은 그리 많이 가지고 가지 않았다. 가지고 간 청바지는 세벌. 두꺼운 것, 중간두께 그리고 얇은 청바지 이렇게 세벌이었다. 실제로는 거의 얇은 청바지 한벌만을 이용했다. 날씨가 예상보다 더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 빨래방을 이용한 걸 제외하면 거의 그때그때 호텔로 돌아가서 바로 빨아서 말렸다. 운동복 바지 한벌과 얇은 청바지 한벌을 돌려가면서 나머지 여행을 버텼다.]

 

구글맵을 검색해서 근처 빨래방을 찾았다. 호텔 서 10여분 걷는 거리에 있었던 것 같다. 빨래방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없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두고 노트북을 꺼냈다.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이다. 이전 여행기는 이곳에서 작성된 것이다. 여행기를 쓰고 있으니 그리스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 한참 두리번거리더니 흰옷을 내게 보여준다. 따로 빨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 나는 평생 모든 옷을 한꺼번에 넣고 돌린다고 얘기하자 웃는다. 누군가 전화를 한동안 하더니 옷을 한꺼번에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이때쯤 내 세탁이 끝나서 건조기로 옷들을 옮기고 건조기를 돌렸다. 다시 여행기를 몇 자 적고 있으니 무언가 이상해서 건조기를 보니 문이 열려있고 멈춰있다. 다시 문을 닫으니 동작한다. 그리고 다시 글을 이어가려는데 또 문이 열리고 건조기가 멈춘다. 건조기 문이 고장 나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글쓰기를 멈추고 건조기 문을 누르고 있었다. 20분이 지나서 건조기가 멈춘다. 옷을 만져보니 두꺼운 옷은 축축한 느낌이 있다. 다른 건조기에서 다시 돌릴까 하다가 그냥 옷들을 담아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옷걸이에 축축한 옷들을 걸어두고 잠시동안 적고 있던 여행기를 마무리하고 호텔을 나왔다.


호텔 앞에서 빵집에 들러서 빵을 약간 샀다. 피자 한 조각과 샌드위치 한 개. 점심으로 피자 한 조각을 먹고 샌드위치를 반 개쯤 먹으니 배가 부르다. 매번 식당에서 밥을 먹기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양도 들쑥날쑥해서 두 끼 중 한 끼는 이렇게 가볍게 해결했다.

오후는 테살로니키 관광이다. 몸이 피곤한 탓에 역으로 이동해서 택시를 탔다. 생각보다 시내는 멀지 않았다. 6유로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려 '아야 소피아'로 불리는 성당을 구경했다. 메테오라에서 본 수도원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치를 겹쳐 쌓아서 만들어진 건물에 종교화가 천정과 벽면에 가득하다. 종교적인 내용은 문외한에 가깝기에 잠시 둘러본 후 건물을 나왔다.
구글을 통해서 근처를 둘러보니 개선문이 있다. 갈레리우스 개선문. 예전 로마에서 본 개선문과 조금 다른 듯해 보인다. 개선문 기둥에 부조로 조각된 그림들이 보인다. 검색해 보니 갈레리우스는 불가리아의 미천한 가문 출신의 황제라고 한다.

아야 소피아 성당

 

개선문 바로 옆에는 로톤다가 있다. 조금 걸어서 이동했다. 이 건물은 이슬람 관련 건축물이다.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에 수백 년간 지배받는 기간에 사용된 건물인가 보다. 오늘은 휴일이라 겉에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잠시 근처 의자에 앉아서 관광 가이드를 뒤적이니 근처에 로마시대 성벽이 남아있다고 한다. 구글맵을 켜보니 Trigoniou 타워가 눈에 띈다. 경치가 좋다는 말에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아타튀르크 생가가 있어서 들렀다. 근대 터키의 기틀을 다진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일단 아는 이름이기에 들렀다 가보기로 했다. 생가에는 딱히 별다른 것이 없었다. 아타튀르크의 생애에 대한 설명글과 사진들 그리고 실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생가를 나와서 생각해 보니 이곳이 그리스다. 그리스 입장에서 터키는 침략 국가 였는데 그 나라의 가장 존경받는 사람의 생가가 여기 있다니 좀 아이러니다.

개선문, 로톤다. 아타튀르크 생가


생가를 나오니 현제한테 전화가 왔다. 웬만하면 이번 여행에 함께 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전화였다. 나도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던 길을 계속 올라서 Trigoniou 타워로 향했다. 타워 꼭대기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길바닥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 길이 언제쯤부터 만들어져서 유지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길 옆으로 늘어선 그리스 주택들의 모습이 예쁘다. 무섭게 어슬렁거리는 개들과 고양이를 보면서 20여분을 걸어 정상에 올랐다. 높은 곳에 위치한 타워이다 보니 타워를 올라가지 않고 바로 밑에서 보는 풍경도 예쁘다.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택시를 타고 이곳을 오가는 듯하다. 타워 아래에 도착하니 문이 잠겨있다. 휴무일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개방하지 않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타워에서 이어지는 성벽을 끼고 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이 여행의 시작이 콘스탄티노플 3중 성벽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서였기 때문일까 성벽을 끼고 걷는 길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여기 성벽도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저 시대의 건축물의 강도가 현대 건축물만큼 뛰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Trigoniou 타워 가는길

 

[근처에 Heptapyrgion라는 요새 겸 감옥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근처에 가시는 분이라면 한 번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오스만 제국 점령 시절의 악명 높은 감옥이라고 한다.]

Trigoniou 타워 근처 전경


오늘 일정 마지막은 해변에 위치한 '화이트 타워'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이 건물은 이슬람 정복 당시 건축된 건물이라고 한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검색해 보니 비잔틴 시대 건축물 위치에 오스만 제국이 개축한 건물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요새로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단다). 건물은 나선형 계단들로 이어진 통로가 있고 매 층마다 통로에 이어진 공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해당 공간에 테살로니키에 관한 정보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 된 오디오 파일들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데, 영어로 얘기해서 대략적으로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로만 알아들었다. 나선형 계단의 끝에 5층이 있고 그곳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건물의 옥상에 올라서니 테살로니키 항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해변에 모래사장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부산하고 닮은 느낌이 있다 싶었다. 

화이트타워 전경


화이트 타워를 끝으로 오늘 여행 일정을 마치기로 하고, 구글 지도에서 근처 맛집을 검색했다. 드문드문 뿌리덧 빗방울이 거세졌다. 불어오는 바람 역서 더 거세졌다. 우산을 펼치고 얼른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으깬 감자하고 대구 요리를 시켰다. 그리고 그리스 전통와인이라는 레치나(Retsina)를 한병 시켰다. 감자요리는 매우 맛있었고, 대구 요리는 대구 특유의 향이 처음엔 살짝 거슬렸지만, 먹다 보니 딱히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양은 많았다. 레치나는 괜찮았다. 딱히 향과 맛이 엄청 좋다 이런 느낌보다는 담백하게 음식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저녁을 다 먹을 때쯤 비가 그쳤다.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해변을 천천히 걸어서 숙소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이건 괜찮은 선택이었던 듯하다. 바다를 옆에 두고 느긋하게 걸으면서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불가리아 소피아 관련 일정 몇 개를 예약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구요리, 테살로니키 바다 사진

2023. 6. 11. 23:54

Note. 메테오라는 수도원 별로 문을 열지 않는 날이 다르다. 그래서 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여섯 곳의 수도원 중 한 곳 정도는 생략해도 관계없지만, 꼭 봐야 할 수도원이 있다면 쉬는 날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메테오라로 가는 기차 편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여러 편이 있지만, 평일에는 기차 편이 줄어든다. 나처럼 메테오라에서 테살로니키로 평일에 이동하는 경우라면 시간대 맞추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왔다.(저녁때 알았지만 이곳에서 한국에서 가지고간 멀티탭을 두고 나왔다. 숙소에 전원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다음 여행지에서 멀티탭을 구매했다.) 숙소는 별다른 체크아웃이 필요하지 않고, 열쇠만 그대로 두고 나오면 된다. booking.com에 숙소를 나왔다는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8시 28분 kalambaka 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역으로 향했다. 내가 끊은 기차는 1등칸이다. 1등 칸과 2등 칸의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양쪽 모두를 이용해 본 입장에선 1등 칸이 가성비가 좋았다. 1등 칸은 한쪽에 통로가 있고 6명이 앉을 수 있는 객실이 이어져 있는 구조였다.

아테네 역

 

기차는 정시에 역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시골역이다. kalambaka역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가는길에 점심식사를 했는데 닭고기 요리가 부드러워서 좋았다. 거의 나이프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요리된 닭다리 요리였다. 점심을 먹고 숙소까지 걸었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별생각 없이 뷰가 좋고 수도원 관람에 유리한 곳이라고 생각해서 숙소를 골랐는데 생각해 보니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kalambaka역, 점심식사, 숙소 가는길에

 

Note. 역 근처의 숙소를 잡는것을 추천한다. 걸어서 모든 수도원을 둘러보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택시를 이용하지 않으면 중간중간에 있는 포토 스팟까지는 좀 걸어야 한다.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맘씨 좋은 할머니가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었는데 그곳이 내 숙소였다. 2층 숙소를 안내받고 시간을 보니 세시가 넘었다. 남은 시간 어쩌나 싶어 구글을 뒤적여보니 근처에 메테오르 택시 트랜스퍼라는 곳이 위치해 있다. 그곳으로 걸어가니 표지판이 있고 번호가 적혀있다. 번호로 전화하니 택시 기사분이 전화를 받는다. 여섯 곳의 수도원 중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스테판 수도원을 가달라고 요청하니 잠시 후 택시가 도착했다. 수도원까지 가는 동안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다. 영어로 전달되다 보니 내용은 대충 알아들었다. 수도원은 생각보다 작았다. 입장료를 내고 수도원을 둘러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 택시 정류장 & 근처 풍경

 

수도원을 둘러보고 조금 걸어 내려오니 또 다른 수도원이 보였다. 관람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걸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 보니 숙소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 살짝 더 걸린다. 고민하다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서 걸어 내려가기러 결정했다.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들러들러서 사진을 찍으며 내려왔다. 보는 풍경도 멋졌고 사진으로 옮겨진 풍경 역시 예뻣다. 한시간 남짓이라지만 많이 지쳐 있었던 터라 길이 멀게 느껴졌다. 길 중간중간 내일 관람해야 할 수도원의 모습들이 보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6시 정도 되었던 듯하다. 숙소에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을 먹었다. 터키에서 먹었던 무사카를 시켰는데 완전히 다른 요리였다. 맛은 있었지만 점심때 먹었던 맛집에 비하면 평범했다. 숙소로 걸어 내려온 길을 생각하니 내일 그 길을 다시 걸어서 올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스테판 수도원에 가는 택시에서 기사분께 1일 4시간 투어에 대해서 안내를 받은 게 생각나서 기사분에게 전화를 했다. 출발 시간을 얘기하니 가능하다고 한다. 금액은 60 유로. 아마 실제 요금은 50유로였던 듯하다. (나중에 요금 받을 때 좀 했깔리셔서 실제 요금을 알게 됐다. 어차피 팁을 줄 생각였는데 요금만 주고 말았다.)

스테판 수도원, 내려오는 길 풍경들
숙소로 내려오는 길 풍경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 후 어제 기다리던 장소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덩치 큰 개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순해 보이긴 하다. 시간에 맞춰서 택시 기사가 오셨고 여행을 시작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만한 장소에 들러서 사진 몇 장을 찍어주셨다. 사진은 생각보다 예쁘게 나왔다. 셀카만 찍다보니 전신 사진이 없었는데 덕분에 몇장 건졌다.

메테오라 투어, 기사분이 찍어주신 파노라마샷


두 번째 수도원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산길을 한참 올랐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렇잖아도 체력이 부족한데 아침부터 무리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참 수도원 앞에 모여있어서 다른 데부터 보자는 생각을 하고 다른 길로 올라갔는데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내려오는 길과 올라가는 길 두 곳이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수도원은 비슷비슷했다. 기억에 남는 수도원은 대 메테오라 수도원과 마지막으로 들린 수도원(Monastery of the Holy Trinity at Meteora)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수도원은 택시 기사분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라고 한다. 한적하고 조용했고, 수도원 뒤편의 바위 언덕에서 둘러보는 풍경이 멋졌다. 나 역시 이곳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대 메테오라 수도원과 이곳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16:00에 입장 제한이다. 수도원까지 가는 길은 이곳이 가장 길다. 내려갔다가 바위 옆에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입장 제한 시간을 고려하면 일찍 일찍 움직이는 게 좋은 듯하다.

수도원 투어
Monastery of the Holy Trinity at Meteora

이곳을 마지막으로 시내로 향했다. 기사분께 식당을 추천받아서 점심을 먹었다. 감자튀김이 너무 맛있었고, 그리스 샐러드 역시 좋았다. 치킨 수블라키는 맛은 있었지만 조금 퍽퍽한 느낌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있으니 어김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치킨 두 조각을 줬더니 한참을 내 옆에서 쳐다보다가 식사를 마치니 자리를 뜬다. 여기는 미리 계산서를 가져다줬는데 계산은 우리나라처럼 카운터에 가서 했다.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거 같은데 어떤 게 일반적인 그리스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100여 미터 걸어서 기념품점에 들어서 마그네틱 두 개를 샀다. 가게 주인이 '에프카리스토'를 말하니 그제야 그제 읽은 '감사합니다' 표현이라는 게 기억나서 나도 에프카리스토를 말했더니, 기억은 더듬어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신다. 마주 보며 웃는 것으로 가게를 떠났다.

택시기사님, 식당, kalambaka역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 출발시간은 아직 3시간이나 남았다. 남은 시간 의자에 앉아서 다음 일정들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테네로 향하는 기차는 오후 내내 역에 서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기차에 탔다. 이 기차는 테살로니키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인 Palaeofarsalos를 거쳐서 아테네로 향했다. 기차에 타기 전에 역무원에게 이 기차가 맞는지 확인은 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주변 손님에게 재차 확인한다. 기차에 탄 거의 대부분의 손님은 아테네로 돌아가는 손님이다.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서 Palaeofarsalos 역에 도착했다. 아테네행 기차는 멈추지 않는 역도 다음역은 어디입니다를 얘기하는 게 좀 의아했다. 그래서 한 코스 전부터 내릴 준비를 하고 기다려야 했다. Palaeofarsalos 역은 완전한 시골역이다. 검색해 보니 이 근처에는 숙소가 아예 없다. 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들. 그리고 저 멀리 동네분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는 모습이다. 기차역 천정 전등에는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환승역 같은 느낌은 안 든다. 테살로니키로 향하는 기차를 놓치면 어떨지가 눈앞에 그려진다. 다행히 테살로니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 커플 한쌍이 있다. 내릴 때도 같이 내렸다. 저녁에 가까워지니 바람이 거칠게 분다. 춥다. 가방에서 겉옷을 꺼내서 하나 더 걸쳤는데도 춥다. 남녀 커플은 바람을 막으려고 플랫폼 올라오는 입구 벽을 방패 삼아 앉아 있었다. 나도 따라서 앉았다.

Palaeofarsalos 역, 바람피하고 있는 모습


기차 시간이 다가오니 플랫폼에 역무원으로 보이는 맘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등장해서 타는 곳이 테살로니키 행임을 알려준다. 타는 사람은 딱 세 사람뿐이다.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나 보다.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고 2등 칸에 올라탔다. 특이했던 건 내리고 올라탈 때 문을 여는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는 점이다. 기차가 도착하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아서 살짝 당황했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테살로니키에 도착했다. 아직 시차 적응이 끝나지 않아서 10시가 넘어서 눈을 뜨고 있는 건 쉽지 않다. 기차는 시간표에 적혀 있는 도착 시간을 정확히 지켰다. 구글 검색으로 호텔 위치를 확인하고 부리나케 이동한다. 11시가 체크인 마감이라고 했었는데 10분 전에 도착했다. 조식 시간과 위치 등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숙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오늘 여행을 마쳤다.

테살로니키역

Note. 다른 사람이 작성한 여행기에서 그리스 기차 시간이 부정확하다고 읽었던 것 같은데 내 경험을 얘기하면 기차는 정확하게 정해진 시간에 움직였다. 도착 시간 역시 거의 정확했던 것 같다.

2023. 6. 11. 22:24

전날 마이리얼트립에서 아테네 오전 투어를 신청해 뒀다. 메테오라 일정 때문에 아테네에 하루밖에 있을 수 없어서 투어를 신청했다. 빠른 시간에 주요한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보통의 경우 시내투어를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아테네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서 이렇게 선택했다. 지나고 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가이드 투어는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해서 디오니소스 극장 쪽 출입구에서 시작했다. 정해전 시간에 관광객들이 모이고 무전기를 나눠주는 것으로 투어는 시작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두 번 세 번 당부를 한다. 다행히 투어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일은 없었다. 처음 투어를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아크로폴리스를 둘러보고 내려올 때는 올라오고 내려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아크로폴리스의 돌바닥은 매끄러워서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질 정도였다. 투어는 이곳을 둘러본 후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 아래쪽에 있는 유적들에 대해서 설명한 후 투어 참가자들 사진을 몇 장 찍어주고서 가이드는 해당 유적들 쪽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유적들에 대해서 계속 설명이 이어졌다.

출입구 풍경, 이날 투어를 주관하신 가이드분
아크로폴리스 풍경

중간에 아테네 대성당을 지났는데 사람들의 줄이 끝도 없이 서있다. 가이드가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그리스 테살로니키 근처에 아토스산 수도원 공화국이란 바티칸 공화국과 비슷한 정교회 공화국이 있다고 한다.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서 현지분들도 가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 매우 중요한 유물 중 하나가 성당에 왔다고 한다. 그 유물을 보려고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 있다고 얘기한다. 

산티그마 광장 가는길 풍경들

그 줄을 따라서 산티그마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에 맛집 몇 곳을 추천해 준다. 그렇게 얼마쯤 걸어서 산티그마 광장의 대통령 궁에 도착했다. 근위대 위병들의 교대식이 열리고 있었다. 거기서 그리스가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며 그런 부분들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 두었다고 설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그리스가 터키에 수백 년간 지배당해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중간에 가이드가 소개한 길에 위치한 식당(Ella Greek Cooking)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스탄불에서 식사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첫 번째 식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샐러드와 수블라키를 시켰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며 오던 길을 걸었다. 중간에 광장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잠깐 구경하고, 플리마켓을 근처를 한 바퀴 돌았다. 사고 싶은 게 있기는 했지만, 배낭여행에서 짐을 늘리면 이동할 때 힘들기 때문고 구경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어떤 티켓을 구매할까 망설이다가 2번 사용하는 티켓을 골랐다. 

맛있었던 점심 식사, 플라마켓 풍경


고고학 박물관 근처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10여분을 걸으니 박물관이 나타났다. 아침부터 계속 걸어서인지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박물관은 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전 1~200백 년 사이의 그릇, 장식품, 조각상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시대별로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서 시대에 따라서 조각상의 변화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이 경험이 이후 조각상을 보면 대략적인 연대를 알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워낙 압도적인 양의 전시물들이 있어서 대충대충 훑어볼 수 밖에는 없었다. 왜 그리스를 문명의 기원 중 한 곳이라 얘기하는지 알 것 같다. 유물의 시대나 수량 모두가 그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아주 컨디션이 좋을 때가 아니면 이곳을 다시 찾는 건 쉽잖은 것 같다. 반나절에 볼 수 있는 양도 아니고, 꼼꼼하게 보려면 공부를 좀 하고 와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솔직히 피곤한 상태에서 전시된 유물의 양을 보고 있으면 '안 보고 그냥 가기는 뭐 하고 언제 이 많은 유물을 다 보고 가지'하는 마음뿐이다.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로 이동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비용 문제도 있고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서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빵 몇 개를 샀다. 그리고 내일 이동하는 중에 먹을 물과 요거트, 주스를 샀다. 상당히 큰 요거트였지만, 내일을 생각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리고 유튜브 보는 것과 조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시차 적응하려고 최대한 늦게 자려고 노력하는데 여전히 쉽지 않다.

숙소 근처의 밤 풍경(오후 9시). 밤이 늦을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2023. 6. 11. 21:44

[이 여행기는 한국에 돌아와서 작성됨]

여행기 작성을 시작한 시점은 여행 시작 후 일주일정도 지난 테살로니키에 도착해서였다. 그래서 그 이전의 여행들은 간단한 체크 포인트 정도만을 기록해 두고 시간 날 때 조금씩 작성해 두었다. 그런데 이날 여행기만은 여행 중간에 작성하지 못했다. 이날이 그리스로 이동하는 날이라서 오전에 톱카프 궁전을 보는 것 이외의 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톱카프 궁전을 둘어보는 것 역시 후배들이 도착한 이후로 미루기로 생각했으나, 2주 후 합류 가능성을 반반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서 남는 오전 시간에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톱카프 궁전은 숙소에서 걸어서 십여분 거리에 있었다. 술탄이 머물던 궁전 이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사실들은 알지 못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스탄불에는 술탄의 궁전들이 몇 개 더 있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개가 톱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분수, 아야 이리니, 톱카프 궁전 입구 


톱카프 궁전은 1478년에 세워져 1856년 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돌마바흐체 궁전이 사진 찍는 것이 제한된 반면 이 궁전을 사진 찍는 것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궁궐의 입장료는 비싸다. 하렘을 포함한 관람은 650리라, 하렘을 제외한 관람은 500리라이다. 이 티켓을 끊으면 궁궐 내에 있는 아야 이리니를 함께 볼 수 있다. 아야 이리니만 보려면 180리라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이 공간은 그냥 건물만 둘러보는 거라서 따로 티켓을 구매해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체크아웃까지 두 시간 정도를 남기고 둘러보는 바람에 500리라 티켓으로 이곳을 보지 못했다. 하렘은 시간상 둘러보는 게 어려울 듯해서 제외했었다. 이후에 돌마바흐체를 봤기 때문에 안 본 것이 크게 후회는 들지 않았다)

술탄의 도서관, 테라스 전경 등


톱카프 궁전은 각 건물들에 궁전에서 사용하던 물품들을 전시해 두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궁궐은 생각보다 넓었고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관람시간이 두시간으로 미리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궁궐을 돌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거의 모든 전시공간을 둘러보기는 했지만,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다고 그 아쉬움 때문에 두 번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본 돌마바흐체의 공간들이 워낙 화려한 탓도 있고, 궁궐이라는 것이 그 당시의 가장 사치스러운 건물들과 물건들의 집합 공간이어서 내게 큰 울림이 있는 공간을 아니었기 때문이다.

궁전에 전시된 물품들


기억에 남는건 궁궐 내부에서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도록 만든 테라스 공간과 이슬람 시대의 캘리그래피 작품들을 전시해 둔 공간이었다.

캘리그라피 작품들
화려한 궁전의 모습들


두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톱카프 궁전을 둘어본 후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했다. 오후의 일정은 사비하 괵첸 공항으로 가서 아테네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다.

Ayrılık Cesmesi역으로 이동한 후 거기서 사비하 괵첸 행 지하철을 갈아타면 된다. 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환승하는 곳에서 살짝 헤맸다. 환승은 항상 타고 온 지하철을 내려서 다음 지하철 입구로 다시 탑승하는 형태라서 내리고 타는데 몇 번이나 헤맸던 것 같다. 이때도 환승하는 지하철 입구를 못 찾아서 10분 정도 헤맸던 듯하다.

이스탄불에는 공항이 두개 있다. 이스탄불 공항하고 사비하 괵첸 공항이다. 대부분 국내선과 국제선 비행기는 이스탄불 공항에 위치한다. 그래서 국제선을 타고 와서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등의 일정은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뤄진다. 사비하 괵첸 공함을 그리스처럼 근거리의 국제선들 이용 시 주로 사용되는 듯하다. 그래서 이때를 제외하고는 이 공항을 다시 이용할 기회는 없었다.

이때 안 사실이지만 이스탄불 지하철도 노약자석이 있다. 트램의 경우에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지하철과 같은 형태의 차량은 똑같은 위치에 노약자석이 있다. 사비하 괵첸행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이 노약자석에 앉아서 같다. 몰랐기 때문이다. 한참 가다가 알게 되었는데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냥 타고 갔다. 

사비하 괵첸 공항에 도착해서 샌드위치 한 개로 점심을 해결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국제선 비행기라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출국 수속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서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배가 고파서 출국장 안쪽에서 토리티야에 감싼 닭고기를 샀는데 맛은 별로였다. 반쪽만 먹고 비행기 출발 시간이 되어서 나머지는 버렸다.

[아래 여행기는 테살로니키 여행 도중 작성됨]

 



터키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30분이 넘어서 출발했다. 아침 7시 비행기가 공항까지 이동하는데 여유가 없어서 오후 비행기를 끊었는데 자꾸 늦어져서 신경이 쓰인다. 오늘 숙소는 셀프 체크인하는 아파트형 숙소이다. 너무 늦으면 귀찮을 듯해서 최대한 늦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비행기는 도착시간을 30분 넘겨 도착했다. 아테네 공항 입국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항에서 90분간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을 끊어서 숙소로 향했다. 나중에 안거지만 이때 5회 이용권 정도 끊는 게 가장 저렴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에 환승역을 잘 못 인식해서 한 코스 전에서 내리는 바람에 5분 정도 더 늦어졌다. fix 역에서 내려서 숙소까지 걸었다. 길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길 중간에 술집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간은 10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말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미리 안내받은 방법대로 숙소로 들어갔다. 상당히 낯선 방법이기는 했지만, 설명을 따라서 진행하니 방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현관 키를 공유하고, 방에 별도의 열쇠가 있는 형태의 공유 숙소였다)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침대 스프링이 낡아서 약간 불편했던걸 제외하면 말이다.


숙소에서 나와서 근처를 잠깐 돌아보고 들어오는 길에 빵 두개하고 물 한 병을 샀다. 일행이 있었다면 시끌벅적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그리스 사람들 틈에 묻혀서 맥주 한잔 했겠지만, 혼자이기도 하고 피곤한 탓에 곧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잠을 청했다. 시차적응이 덜되어서 6시가 지나면 엄청나게 졸려온다. 

2023. 6. 10. 23:27

[이 여행기는 여행 시작 후 3주가 지난 시점에 씌여졌다]

 

이스탄불 여행의 시작이자 4주간 여행의 실질적인 첫 번째 날이다. 내가 이스탄불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오노 나나미가 쓴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읽고서이다. 그 내용 대부분은 잊혀졌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콘스탄티노플 도시 주변부가 모두 오스만 제국에 함락당했어도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도시를 감싸고 있던 3중 성벽이라는 무적의 방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성벽은 테오도시우스 성벽 또는 콘스탄티노플 성벽으로 불린다. 나는 과거 그 당시 무적의 성벽이 어떠한 느낌인지 알 수 있기를 바랐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주요 관광지 목록에 빠져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보존상태가 썩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성벽은 동로마제국의 역사이지 오스만 제국의 역사는 아니다. 또 나처럼 성벽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 첫 번째 관람 목록은 이 성벽이다. Topkapi-Ulubatli 역에서 내리자 바로 허물어진 성벽의 모습이 보였다. 이 성벽은 모두 테오도시우스 성벽이지만, 구글 지도에는 특정 지점으로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적혀 있었다. 거기까지 야트막한 오르막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지도상으론 큰길 하나를 건너는 것으로 나온다. 큰길에 도착했을 때 신호등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없었던 듯하다. 눈치껏 건넜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로로 끊어진 성벽 양쪽은 어느 정도 온전한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성벽 아래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성벽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리고 3중 성벽 중 마지막 가장 높은 성벽만이 남아 있었다. 콘스탄티노플 시절의 느낌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콘스탄티노플 성벽


구글지도를 보니 좀 더 걸어가면 텍푸르 궁전 박물관이 나온다고 쓰여있었다. 아마도 성벽과 이어진 궁전이었나 보다. 조금 걸으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사고 개찰구를 통과하자 꼭대기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위쪽에서 성벽의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 가슴이 뛰었다. 궁전 앞마당을 살짝 둘러보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올라탔다. 위쪽으로 올라가자 이 궁전에 대한 전시품들이 진열된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은 위쪽으로 그리고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위쪽으로 향하자 성벽의 위쪽 공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스탄불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의 성벽 위쪽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부분적으로나마 내가 원하던 것을 볼 수 있어서 오는 동안의 아쉬웠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다시 처음 전시공간을 거쳐서 아래로 내려왔다. 성은 여러 공간들로 나뉘어 있었고 가장 아래쪽에는 이 궁전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물을 보고 나오면 처음 봤던 궁전 앞마당으로 나오게 된다. 여기까지 구경하는 것으로 콘스탄티노플 성벽 구경을 마쳤다.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몇백 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어쩌면 이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텍푸르 궁전 박물관

다음 목적지는 파노라마 1453 역사박물관이다. 1453년은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해이다. 뭘 전시해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시절의 역사를 보러 온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콘스탄티노플 성벽에서 가까워서 다음 목적지로 잡았다.

지하철을 타고 근처역에서 내려서 공원 중앙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한 층을 내려가자 앞팀이 영화관 같은 문으로 들어간다. 2~30분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는 분이 얘기한다. 조금 지나니 한국인 관광객 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대략 어떤 공간인지 이때 알게 되었다. 1453년의 사건을 360도 영상으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그렇게 이전 상영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입장해서 영상을 봤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 오스만 제국 시점의 영상이고, 큰 사건들의 나열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봤던 것 같다. 예전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드문드문 머릿속을 지나쳤다.

 


이때만 해도 두 주 후에 후배들이 여행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시점이어서 주요한 여행 스케줄은 여기서 끝을 맺었다. 나 혼자 주요 관광지를 미리 보게 되면, 후배들이 합류한 시점에서 다시 봐야 해서 이중으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를 갈라타 타워로 잡았다. 야경이 예쁘다고 해서 주중에 미리 길이라도 익혀두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건너볼 겸 해서이다.

트램을 올라타고 갈라타 다리로 향했다. 지도에는 트램이 갈라타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보여서 갈라타 다리 앞 역에서 정차했을 때 안 내렸었는데 내가 탄 트램은 다시 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거꾸로 한 정거장 돌아가서 내린 후 갈라타 다리행 트램을 다시 타고 이번에는 다리 앞 역에서 내렸다. 이 트램이 내려주는 방식이 독특한데 승강장 쪽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건너편 승강장쪽 문이 먼저 열린다는 점이다. 그러면 선로를 지나서 건너편 승강장으로 올가갈 수 있다. 그리고 승강장쪽 문이 열리고 내가 지나온 곳으로 이동할 사람들이 타게 된다. 건너편 승강장 쪽으로 내리면 다리를 건너가는 트렘을 탈 수 있다. 나처럼 온길을 돌아갔다 왔던 관광객이 있어서 서로 마주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Eminonu역 풍경


트렘을 타고 다리를 건너서 바로 내렸다. 갈라타 타워로 올라가는 길을 가팔랐다. 타워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후에 후배들이 도착하면 야경을 보러 올 예정이기에 경로만 확인하고 다시 내려왔다. 갈라타 다리 근처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변에 길고양이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내가 밥을 먹자 바로 주변을 계속 맴돌면서 음식을 향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래도 탁자 위에 올라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기 두 덩이를 남겨두었다가 식사를 마치고 던져주었다. 옆 가게에는 고등어를 구워서 팔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등어 케밥인가 보다. 다음번에 여기 오면 저걸 시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후 식당에서 일어섰다.

 

해변가 식당 풍경 및 갈라타 타워 오르는 길


식당을 나선 후 갈라타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예쁘게 찍혔다. 이스탄불 느낌이 가득한 사진이다. 다리를 건너서 경치를 감상하며 계속 걸었다. 걷다 보니 공원이 나타났다. 잠깐만 둘러보고 숙소로 향하기로 마음먹고 공원에 들어섰다. 여느 도심 공원이다. 커다란 나무들을 보면 꽤 오랜 기간 공원이었나 보다 했다. 공원 화장실에 들렀는데 개찰구에 1리라를 넣어야 입장할 수 있었다.(이 공원은 나중에 다시 한번 걷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이 톱카프 궁전의 정원 역할을 했던 곳이란 걸 알았다.)

 

갈라타 다리 풍경 & 귈하네 공원


내 숙소는 술탄 모스크 바로 옆이었다. 그래서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 살짝 이른 것 같아서 술탄 모스크를 둘러보았다. 이슬람 시대의 천재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후로도 많은 모스크를 봤지만, 이 모스크가 가장 화려했다. 크기나 건축방식 아름다움 모두에서 비교할 건물이 없었던 것 같다.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아야 소피아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아직 보지 못했다. 후배들이 합류할 수 있어서 주요한 관광지는 웬만하면 나중에 보는 걸로 미뤄뒀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노플 시절에 지어진 소피아 대성당과 그 이후에 지어진 술탄 모스크의 차이를 곧 알게 되지 싶다. 3일이 지나면 말이다.)

 

2023. 6. 10. 22:44

10시간이 넘는 비행은 힘들다. 비행기 안의 시간은 더디게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어찌어찌 지나갔고 이스탄불 도착을 알린다. 도착 한 시간쯤 전에 옆자리에 부부와 인사를 나눴다. 내가 컴퓨터 관련일을 한다고 하자 아들이 컴공 졸업한다면서 한동안 관련 얘기를 나눴었다. 비행기가 도착하고 서로 행복한 여행 되기를 바란다고 얘기하니 부인분이 간식거리로 준비한 듯 보이는 봉지 하나를 건넨다. 잘 먹겠다는 감사인사를 끝으로 비행기를 내렸다.

터키 공항 입국은 수월했다. 몇년전 여행에서 하도 출입국 심사를 많이 하다 보니 여행 나갈 때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의 설렘과 긴장감 같은 건 별로 없다. 익숙함을 좀 벗어나 보려고 시작한 여행의 시작은 익숙함이다.

늦게 도착한 탓에 시내까지 이동을 서둘렀다. SKT 바로 로밍을 신청해 두고 와서 유심을 사지 않아도 되니 일거리가 하나 줄었다. 비행기 도착 시 바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생각 없이 사람들을 따라 공항을 나서니 버스 안내소가 보였다. 버스 안내소에 구글맵의 목적지를 보여주니 안내소 직원이 12번으로 가라는 얘기와 함께 표를 건네준다. 12번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서 있던 버스는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고 나는 다음 버스의 첫 번째로 타게 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버스의 가장 첫 번째 좌석에 몸을 실었다. 시간은 오후 6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시내로 이동(지하철을 이용하는 것 보다 간편하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자 생각보다 정체가 심했다. 버스 매표소에서 악사라이 역에서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타라고 들어서 악사라이 역 도착만을 기다렸다. 중간에 한군데 정도 멈췄는데 사람들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악사라이역에 도착하고 버스의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서 내려 짐을 찾았다. 내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악사라이역이 보인다. 지하철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여기서 한참 시간을 허비했다.

악사라이 지하철역

일단 지하철을 타려면 먼저 우리나라 교통카드 처럼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이 카드-KART라고 부른다-를 구하기가 의외로 힘들다. 지하철역 앞에 있는 기계에 이 카드가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가급적이면 공항에서 구해서 오는 것을 추천한다) 100리라다. 그리고 이렇게 구매한 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다시 100리라가 더 든다. 충전 금액은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되지만 100리라 충전해도 생각보다 금방 재충전해야 했다. 한번 탈 때 얼마씩 차감되는 것 같은데 크게 신경을 안 써서 얼마씩 차감되는지 모르겠다(다시 이스탄불에 왔을 때 금액을 파악했다. 10리라 정도 차감되는데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공항까지는 12리라. 배나 버스를 탈 때도 이 카르트를 사용할 수 있다). 거리에 관계없이 탈 때 일정 금액이 차감된다. 내릴 때는 그냥 나가면 된다. 근데 앞서 저 두 번의 절차가 어려운 것이 티켓 판매기에는 분명 영어 선택이 있는데 선택하면 첫 화면만 영어로 나오고 그 이후 진행화면은 알 수 없는 글씨로 나온다. 충전이야 대충 다른 사람 하는 거 보고 따라 하면 되는데 카드를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걸 못해서 엄청 헤맸다. 내가 한참 헤매는걸 옆에서 본 어느 이스탄불 시민의 도움으로 첫 번째 지하철 카드 구매와 충전을 해결했다. (그 이후로 교통카드 충전은 글씨를 몰라도 대충 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Note. KART 충전은 간단하다. 기계에 카드를 놓는 부분-다른 사람들 하는걸 참고하면 된다-에 카드를 얹어두면 남은 금액이 표시된다. 이때 돈을 투입하는 곳에 충전할 만큼의 돈을 넣으면 그 금액이 충전되고 충전된 금액이 포함된 결과가 화면에 표시된다.


그렇게 지하철을 잡아타고 대충 저 방향이다 싶어서 환승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환승해서 이동한 코스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뭐 어찌 됐건 구글맵의 도움을 받아서 숙소로 가는 트램을 탈 수 있었다. 트램과 지하철 모두 앞서 끊은 교통카드로 해결 가능하다.

 

숙소로 가는길에 풍경들

트램에서 내리니 바로 눈 앞에 아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가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숙소로 가기 위해 이동한 길이 실제 관광코스와 동일한 길이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바로 블루 모스크 옆에 있었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굳이 여기에 숙소를 잡을 이유가 없었지만, 뭐 처음 숙소를 잡을 때는 지도만 보고 정하게 되므로 별 수 없었다. (이후로 숙소는 다른 곳에 잡았었는데 각각 일장일단이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키를 받고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배고프고 피곤하다. 시간은 8시가 넘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 방은 생각보다 작았고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일단 저녁을 해결해야 해서 숙소 주인이 소개해 준 옆 가게로 향했다. 무사카를 시켰는데 그리 맛있지 않았고 가격은 비쌌다.(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상부상조 하는 느낌이었다 ㅠㅠ)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들도 싹 날아가 버렸다. 힘들던 여행 첫날이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2023. 6. 10. 22:14

29일간의 여정이 끝났다. 여행 도중 작성해 둔 여행기를 따라서 지난 한달간의 여행을 정리하려고 한다. 대략적인 여행 경로는 다음과 같다.

 

인천 공항에서 아시아나 직항을 통해서 이스탄불로 이동했다. 5월 10일 출발, 6월 7일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렇게 일정은 선택한 이유는 수요일 출국해서 수요일 돌아오는 일정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항 비행기를 이용했음에도 다른날을 선택한 것에 비해서 저렴하게 비행기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이틀 후 비행기로 그리스 아테네로 향했다. 주말에 터키 대선이 있어서 대선 일정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에서 였다.(결선 투표로 이어지는 바람에 결국 대선 일정과 여행 일정이 일부 겹쳤다.)

 

그리스 아테네를 잠깐 스치듯 지난 후 기차를 이용해서 메테오라로 이동했다. 메테오라에서 1박 2일 관광을 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테살로니키로 향했다. 이렇게 일정을 잡은 이유는 그리스, 불가리아, 터키로 이어지는 다음 여정을 육로를 통해서 이동하려고 계획을 잡았기 때문이다.

 

테살로니키에서 올림푸스 산을 둘러보는 1일 여행을 신청했다. 실제로 산에 오르는 일정은 아니고 1시간 정도의 가벼운 트래킹을 하는 일정이었다.(이국의 산에 올라보고 싶다는 내 욕망은 소피아로 미뤄졌다) 테살로니키를 거쳐서 버스를 이용해서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했다. 불가리아 여정은 소피아에서 묶으면서 당일 투어로 주변 관광지를 다녀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릴라 수도원에 하루 다녀왔고, 플로브디프에 하루 다녀왔다. 그리고 소피아 근교의 비토샤 산행을 위해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불가리아 관광을 마치고 소피아에서 이스탄불 경로는 버스로 이동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려고도 생각은 했지만, 도착 시간이 비행기나 버스나 별 차이가 없어서 비용이 1/10 가격인 버스로 이동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곧바로 네브셰히르로 향했다. 카파도키아 여행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도착해서 괴뢰메를 잠깐 둘러 본 후 다음날 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소금호수 투어를 진행했다. 소금호수 투어는 악사라이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주는 것으로 일정이 마무리됐다.

 

악사라이 버스터미널에서 오후에 출발한 버스는 밤 늦게 안탈리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안탈리아에서 일정은 안탈리아 관광과 파묵칼레 1일 투어 였다. 이 파묵칼레 1일 투어 일정이 망가지는 바람에 버스를 이용해서 알라니아 1일 투어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날이 터키 결선 투표일 였기 때문에 그 대선 결과를 돌아오는 차안에서 느껴야 했다.

 

다음날 안탈리아에서 보드룸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때 쯤 상당히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보드룸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서 하루 쯤 휴식을 취하려고 했었다.

 

보드룸 일정은 시내 투어, 30분 거리의 그리스 KOS섬 1일 투어, 주변 섬을 돌면서 수영을 즐기는 1일 투어 그리고 안탈리아에서 가지 못했던 파묵칼레 1일 투어로 진행했다. 섬을 돌아보는 1일 투어 덕분에 약간의 휴식을 가지기는 했지만 피곤한 상태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보드룸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이스탄불 일정은 대부분 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마지막 하루를 남겨두고 대부분의 주요 관광지는 다 둘러본 듯 하다. 마지막 하루는 쇼핑몰을 둘러보고 야경을 볼 생각였는데 중간에 다른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쇼핑몰은 둘러보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날 오전에 잠시 쇼핑몰을 둘러볼 까 하다가 결국 그냥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짐을 다 끌고 쇼핑몰을 다녀 오기엔 많이 지쳐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쇼핑몰을 둘러보는 이유가 뭔가를 사기위한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다음날 오전 10시 쯤 한국에 도착했다.(현제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줘서 집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미뤄둔 전세 계약과 대출 관련한 일들을 정리하고 비몽사몽간 이틀을 보냈다. 이틀정도 지내고 나니 여행기를 정리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하는 틈틈히 정리해 둔 여행기를 펼쳐서 지난 기록을 정리하려고 한다.

2023. 4. 24. 16:32

지인들과 모임을 잡게 되면 대부분 사당역 근처로 잡게된다. 경기 남부권에 사는 사람들과 서울 사는 사람들이 만날때 서로의 동선을 고려하면 사당역 근처가 모임 장소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장소를 정하는 곳은 8번 출구나 10번 출구로 나와서 이동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사당역에서 모임을 가지는게 대략 한주에 한번이다. 한달로 치면 4~5번 정도이다. 대부분은 식사 보다는 안주를 곁들인 술을 먹는 모임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많은 모임보다는 2~4명 사이의 만남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기류 보다는 요리나 해산물 위주로 메뉴를 정하게 된다. 고기 굽는게 번거로운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술은 막걸리나 전통 소주를 선호한다. 소맥을 마시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음식과 술이 서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단맛이 강하지 않은 막걸리나, 화요 같은 소주를 더 선호한다. 최근에는 매실 증류주인 서울의밤 역시 즐겨 마신다.

 

사당역 8번이나 10번 출구를 나와서 이동하는 동선은 다음과 같다.

이 경로에 있는 육류를 안주로 삼는 식당을 제외한 절반 정도는 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단골로 가는 식당들이 생겼다. 뭐 한달에 4~5번 가는거니 한두달에 한번 가는곳이 많지만 말이다. 그 중 맛집으로 기억되는 음식점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 맛있었던 메뉴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 여정막걸리

꽤 오랫동안 이 막걸리집을 이용한 듯 하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단골이 되었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막걸리들을 하나씩 먹어보는 재미에 다녔던 듯 하다. 지금은 거의 두종류의 막걸리만 마신다. 단맛이 없고 깔끔한 '선호' 막걸리와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은 '오미자' 막걸리 이렇게 두개이다.

 

메뉴는 기본적인 메뉴와 그때 그때 바뀌는 제철 메뉴로 구성된다. 제철 메뉴를 우선 선택하지만, 특별한게 없다 싶으면 생선구이나 감자전을 시킨다.

 

제철메뉴는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 문어숙회나 오징어찜 정도를 주로 시키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굴이나 멍게같은 향이 강한걸 덜 좋아해서 잘 안시키는 편이지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에 안주에 대한 호불호가 거의 없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엄청 맛있다'라기 보다는 자극적이지 않고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부담없는 맛이 강점이다.

 

아쉬운점은 저녁을 안먹고 배고픈 상태로 술을 마시러 갔들때 가볍게 요기할만한 메뉴가 없다는 점이다. 감자전이나 부추전을 시켜서 요기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싶으니까~

 

:: 요코초

여정막걸리와 더불어서 가장 많이 가는 곳이다. 오래 다녔지만 항상 꾸준하게 일정수준 이상의 맛을 유지한다. 다만 요새 워낙 이골목에 맛집들이 많이 생겨서 최고의 맛집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가성비를 따진다면 여전히 여기를 추천할 듯 하다.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야끼소바, 오늘의 사시미, 메로구이, 차돌박이 짬뽕 정도인 듯 하다. 배가 부를만한 안주 하나와 나머지 항상 이런식으로 메뉴를 고른다. 그 이외의 메뉴도 물론 맛있다. 사시미에 딸려 나오는 묶은지가 맛있다. 다만 사시미는 이 골목의 다른 맛집들에 비하면 살짝 아쉽다. 물론 그 맛집들은 양이 이곳의 절반정도 밖에 안나오지만~

 

처음 이곳에 갔은때는 한가한 편이었지만, 요새는 조금만 늦으면 자리가 가득하다. 

이곳에서 주로 마시는 술은 '서울의 밤'

 

:: 우미노식탁

이 식당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맛으로만 본다면 맛집이라고 부를만해서 간단하게 소개한다. 이 가게를 한두번 가고 안가는 이유는 '요코초'의 하위 버전이기 때문이다. 맛으로만 본다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겠지만, 가성비를 본다면 이 식당이 조금 더 비싸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여기엔 내가 좋아하는 술이 없다 ㅠ)

 

:: 사심

'요코초'의 상위 버전. 사시미 가격은 비슷하지만 양이 훨씬 작다.  사시미의 맛으로만 따진다면 이 골목에서 1~2번을 다툴만하다. 김에 싸먹는 관자구이 역시 너무 맛있다. '새치가스'와 '테바사키 교자' 역시 훌륭하다. 하나만 시킨다면 '새치가스'를 먹어볼 것을 권한다.

 

이곳은 특이하게 3명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2명이 술 먹을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아마도 홀이 넓지 않아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좁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1인 1안주 필수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은 좁은 가게에 넓다란 주방이 독특하게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리에 대해서 그만큼 진심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다만 그로 인해서 생겨난 것 같은 2인 제한은 좀 풀었으면 좋겠다. 3인 정도 까지라도^^

 

이곳에서 주로 먹는 술은 '화요'

 

:: 홍키주카

대만요리 전문점. 앞서 언급했지만 고기굽는 집을 잘 안가는 편이라서 술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퓨전 요리 전문점들이 주로 만남의 장소로 선택되는데 가끔 기분전환 겸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을때 이곳을 선택한다. 

 

요리 두개정도 시키고, 계란볶음밥을 시켜서 먹는다. 어향가지와 함께 먹는 볶음밥이 일품이다. 전체적으로 요리는 향과 맛이 강하다. 대부분 메뉴를 시켜본 것 같은데 다들 괜찮았다.

 

다만 사장님의 사교성이 조금 떨어지신다. 처음 같은땐 아르바이트 생이 없어서 사장님과 직접 소통을 해야해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 이후론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하셔서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신 듯 하다. 혹시 사장님과 다툼이 있더라도 그런가 보다 하면 된다. 일부러 그러시는 것도 아닌듯 하고, 맛이 그러한 점을 충분히 커버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주로 먹는 술은 '소맥'. (전통소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

 

이곳 사장님 역시 음식에는 진심이다. 그래서 음식 나오는 속도가 조금 더디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이니 이정도는 참을만 하다.

 

::사당 우물

이 골목을 배회하다가 2주전에 발견한 음식점. 길을 걷가가 처음보는 술집이 있어서 들어가니 이제 이틀 되었다고 한다. 젊은 남자 사장님이 요리를 하고 있어서 큰 기대 없이 앉았다가 너무 만족하고 나왔다.

 

술은 매우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아직 두번밖에 가보지 못해서 두종류의 막걸리만 마셔봤지만, 다음번에 가면 청주나 소주 같은 술을 시켜봐야 겠다.

 

모듬회, 아롱사태 수육, 짜장라면이 첫번째 갔을때 시킨 메뉴

성게알한판, 짬뽕라면이 두번째 갔을때 시킨 메뉴다.

 

음식은 매우 훌륭하다. 이 골목에서 '사심', '윤공'과 더불어 최고라고 불리울만 하다. 너무나 익숙한 '짜장라면'이 기가막히게 맛있다. 모듬회의 숙성이 잘 되어 있고, 특히나 문어숙회가 기억에 남는다. 다음번에 가게되면 문어숙회 안주를 시켜서 먹을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술, 맛있는 안주 더할나위 없다. 다만 술값은 조금 더 나온다. 뭐 충분히 감수할만 하다.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 술집이 될 듯 하다.

 

여기서 먹은 술은 붉은원숭이, 나루생막걸리 

 

:: 무안수산

무안수산 3호점을 보고 나서 뭔가 있을것 같아서 들어갔다가 예약 안하면 안된다고 해서 예약하고 입성한 곳이다.

 

만약 가성비 최고인 곳을 알려달라고 하면 이곳을 추천한다. 푸짐하고 맛있다.

첫번째 갔을때는 C코스(1인 55000)를 시켰고, 두번째 갔을때는 A코스(1인 35000)를 시켰다.

 

두 코스의 차이가 랍스터가 나오고 안나오고 인줄 알았는데 그것 이외에도 회에 딸려 나오는 부분들이 조금 다르다. 여유가 있다면 C코스를 먹는것을 추천드린다.

 

코스의 구성은 활어회, 산낙지, 조개찜(전복 포함 완전 푸짐하다), 고등어구이, 매운탕 그리고 C코스에는 랍스터가 추가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활어회 보다는 숙성회를 좋아하지만, 이 가격이 거기까지 기대하는건 과한 욕심이다. 회는 매우 신선하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곳이니만큼 재료의 신선도는 확실하게 보장된다.

 

제일 기억에 남는것은 가리비찜이다. 이렇게 알이 굵은 가리비찜은 여기서 첨 봤다. 생각만해도 침이 고인다.

이 골목의 식당 중 이곳을 안가보신 분이 있으시면 꼭 한번은 가보시길 추천한다. 해산물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절대 호불호가 갈리는 일은 없을것이다.

 

여기선 '화요'를 주로 먹는다.

 

:: 맛있는뎅

젊었을때는 1차 술, 2차 술, ... 뭐 이런식으로 새벽까지 노는게 당연한 시절도 있었지만, 요새는 2차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도 거의 없다. 따라서 '맛있는뎅' 같은 오뎅바를 갈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1차에서 가볍게 술한잔에 요기하고 2차로 커피 한잔하고 집에 가는것이 일상이 되 버렸기 때문이다.

 

안가본 맛있는 음식점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거기에 사람이 많으냐 여부이다. 물론 문앞에 넘쳐나는 사람보고 들어갔다가 실망하고 나오는 식당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한잔하고 아쉬울 때 오뎅 안주에 한잔 더 하기 딱 좋은 곳이다. 당연 맛있다. 

다만 1차를 이곳에서 하려고 할때는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지만, 2차가 필요한 시간대엔 자리가 남아 있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사람들 입맛은 다 같은가보다^^

 

:: 천하무족

가끔 고기가 먹고 싶은때가 있다. 굽는건 싫으니 족발에 한잔 하기로 하고 이곳에 들어섰다.

솔직히 족발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편이다. 서울에 유명하다는 족발집 웬만큼 먹어봤지만, 아주 못하지 않는 다음에야 어마어마한 맛의 차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족발 맛있다. 무침하고 같이 나와서 독특함도 있고, 기본적으로 맛있는 족발집이다.

단점은 예약 안하고 가면 거의 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몇 번 못먹었다.

 

족발이라는게 이틀전부터 예약해서 먹어야지 하는 것 보다는 '오늘 족발 땡기는데'에 가까운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이집 족발을 다시 맛볼 수 있게 될런지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여긴 막걸리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단맛이 좀 덜한 막걸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화덕소곱창

여기도 고기 생각날때 가끔 들르는 집이다. '모듬구이'를 주로 시킨다.

깔끔하게 소곱창이 땡긴다면 이곳 나쁘지 않다. 아쉽다면 양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선 안판다는 점이다. 뭐 그것만 제외한다면 소곱창 생각날 땐 사당에선 이곳이 답이다.

 

여기선 소주에 이것저것 타서 마셨던 듯 하다.(그때그때 달랐던 듯~)

 

:: 고흥이모네전집

드물게 가는 집이긴 하다. 배부르게 전에 술을 먹고 싶을때가 1년에 몇번 안되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 '전주전집'에 비하면 이곳에 손님이 많지 않지만, 내가 굳이 전을 먹어야 한다면 이곳에 갈 것이 분명하다.

정성스레 전을 부치시는 사장님과 '전주전집' 만큼 푸짐하게 나오는 양 모두 만족한다.

전과 함께 나오는 반찬이나 김치찌개 역시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라르고

2차로 가는 커피숍이다. 수년을 이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단골이 되었다.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하는 커피도 좋고, 봄부터 가을까지 테라스 공간에서 커피 한잔 즐길 수 있어서 좋은곳이다.

 

 

다 적고나니 뭐하나 빠진 것 같아서 글을 주욱 읽어 보니 하나가 빠졌다.

 

:: 윤공

딱 한번 가봤다. '육회' 하고 '닭구이' 요렇게 먹어봤다.

 

한번밖에 못가본 이유는 여기도 예약하지 않고 가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일 예약도 거의 안된다.

아마도 앞으로도 가기 쉽잖은 곳이지 싶다. 맛있는것 분명하지만 2~3일 전에 미리 예약해서 가고 싶은 곳 까지는 아닐듯 해서이지 싶다. 앞서 나열했지만, 이 골목에는 맛집들이 많다. 그리고 그 맛집들이 결코 이곳에 뒤쳐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번 먹어봐서 정확한 기억을까 싶기는 하지만 '육회'는 맛있었다. 다만 그 맛있음의 느낌은 강렬함에 가깝다. 그래서 계속 먹다보면 처음 느낌이 상쇄되는 지점이 있는 듯 싶다. '닭구이'는 그냥 맛있다 정도였던 듯 하다.

2022. 5. 3. 22:24

얼마전에 제주 박물관에서 세한도를 전시하는 일정이 있어서 유홍준 교수의 추사에 대한 강의도 들을 겸 겸사겸사 제주를 다녀왔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간다고 느낄 때 쯤 추사의 글씨가 좋아 보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 갔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이렇게 가끔씩 추사의 작품들을 보러 다닌다.

 

학교때 추사에 대해 알고 있는건 가장 유명한 작품이 '세한도'라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요 몇년간 추사의 글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전시회나 도록집을 통해서 추사의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누군가 추사의 작품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내 나름의 이런저런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감정들에 앞서서 추사 글씨 앞에 서면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한획 한획을 쫓아 다니면서 느끼는 감탄과 거기에 따라오는 자연스레 미소 역시 좋다. 솔직히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글씨에 대한 이런저런 해설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는 편이다. 글씨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아득한 경지에 가슴 뛰는것 만으로 좋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항상 미스테리는 '세한도' 였다. 이 작품이 추사의 대표작 이라고 하는데 난 어느 부분이 그러한지를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전문가들의 평을 읽고 머리로 이해한다고 작품이 좋아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로선 내 미학이나 철학의 수준이 추사의 그것에 전혀 근접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추사의 글씨처럼 내게도 전해지는 무언가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시간이 지나가고 최근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내가 출근하는 버스 정류장 벽 한편에 추사의 '세한도' 사진이 있다. 그래서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일주일에 몇번은 반드시 세한도 사진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생긴 궁금증은 왜 가운데 있는 집이 저런 형태로 그려졌을까 였다. 이후에 추사에 대한 공부를 더해 가면서 추사의 일생과 추사에게 영향을 준 화풍들을 통해 '세한도'가 던져주는 메마른 느낌의 화풍엔 어렴풋이나마 적응했지만, 집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큐레이터 분에게 '세한도'에 대한 설명도 들어 보았지만,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위 사진은 교과서에 실려 있는 '세한도' 그림이다. 가운데 집이 있고, 집의 공간을 표현해 놓은 듯 뒤쪽으로 기다란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갈필로 그린 네그루의 나무가 양 옆으로 서 있다. 어찌보면 삭막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묘한 느낌이 덧붙여 있다. 그리고 집 정면에 창문에 하나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이 창문의 방향과 기다랐게 그려진 집의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다. 추사 글씨에서 느껴지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봤을때 난 이러한 불일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이 궁금증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아침 버스를 기다리면서 머릿속으로 이 그림을 분해해 보기 시작했다. 추사는 왜 저렇게 그림을 그렸을까가 이해해 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우연히 내 머릿속을 스치는 이미지가 있었다.

 

내가 상상해 본 이미지

그리고 위 그림과 같은 풍경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그러면 집이 풍기는 이미지는 제주에 유배된 '추사'를 나타낸 다는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좌우 대칭이 되는 푸른잎의 나무들을 자신의 현재 상황에 관계 없이 항상 꾸준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지인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저 그림이 아닌걸까? 도대체 내가 뭘 이해하고 못하고 있는걸까?

 

세한도 발문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 공자(孔子)께서, “일년 중에서 가장 추운 시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대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셨다. 소나무 · 잣나무는 사철을 통해 늘 잎이 지지 않는 존재이다. 엄동이 되기 이전에도 똑같은 소나무 · 잣나무요, 엄동이 된 이후에도 변함 없는 소나무 · 잣나무이다. 그런데 성인께서는 유달리 엄동이 된 이후에 그것을 칭찬하셨다.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을 보면,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더 잘 대해 주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더 소홀히 대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의 곤경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나의 곤경 이후의 그대는 역시 성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만하지 않겠는가? 성인께서 유달리 칭찬하신 것은 단지 엄동을 겪고도 꿋꿋이 푸르름을 지키는 송백의 굳은 절조만을 위함이 아니다. 역시 엄동을 겪은 때와 같은 인간의 어떤 역경을 보시고 느끼신 바가 있어서이다.
https://www.itkc.or.kr/bbs/boardView.do?id=75&bIdx=31460&page=1&menuId=126&bc=0 에서 발췌]

 

소나무와 잣나무는 항상 푸르르지만, 엄동이 된 이후에 공자가 그것을 칭찬한것은 그 시기에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사는 적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상상한 아래 이미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면 나무의 푸르름에 비해서 집은 상대적으로 현실의 어려움만을 극단적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에 변치 않는 좋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집은 외로워 보인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다시 대충 그려 놓은듯한 길게 그려놓은 집을 다시 바라봤다. 대충 그려놓은 듯한 선들은 내 상상속의 집 그림에서 느껴지는 황량함을 다 지워버렸다. 적당히 그려놓은 선들임에 불구하고 묘하게 풍족스러운 느낌마져 던져준다. 주변의 나무들과 집이 어우러지는 느낌도 더해준다. 마치 그렇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선들의 마무리를 꼼꼼하게 하지 않은듯도 보인다. 창문의 위치 역시 현실과 자신의 내면을 대비 시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이런 내 생각은 이 그림을 그렸던 추사의 생각과 아득히 차이가 날 것이다. 하지만 딱히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방법 역시 없어 보이기에 우연히 떠오른 이 생각들을 몇자 끄적여 보았다. 이런게 내 나름으로 추사의 작품들에 조금씩 다다가는 방법이기에 말이다.

 

 

 

 

2022. 2. 9. 18:41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산 초밥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했다. 초밥이라고 해봐야 그저 김하고 밥 뿐이라서 맛을 기대할 순 없다. 이것도 500엔이나 한다.

 

[당시엔 엔화 환율은 지금하고 비슷했지만, 2001년 우리나라 물가는 지금의 6~70% 정도 수준이었다. 지금이야 일본 여행이나 국내에서 생활하는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말이다.]

 

숙소에서 만나 어제 교토를 여행한 사람에게 청수사(기요미즈데라)가 가깝다는 말에 걸어서 움직이다가 거의 두시간 가까이 걸었던 듯 하다. 저녁때 자신이 다른 장소와 오해 했었다는 말을 들었다. 중간에 길을 잘 못 들어서 30분 가량 헤맨걸 제외하다라도 긴 거리였다. 산 기슭에 위태하게 세워진 이 절을 둘러본 후 여행 지도를 펼처들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교토는 우리나라의 신라처럼 곳곳이 신사 또는 절, 박물관 등이 가득한 도시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소소한 볼거리도 볼 겸 해서 걸어서 절을 나섰다. 아침에 출발할 때 일일버스권을 사두지 않은것도 걷는것을 택한 이유중 하나였다.

 

[일본의 버스 요금은 이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걸로 안다. 이 여행 이후로도 몇 번 더 일본을 다녀왔지만, 교통 요금은 항상 비슷했던 것 같다.]

 

걷는 중간에 함박스테이크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다음 목적지는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에서 숙소로 사용한 니조조(二条城, 니조성)다. 걷고 있으니 도로에 반사된 가을 햇살에 얼굴이 따갑다. 중간에 전통가옥 보존지구를 거쳤다. 옛건물들이 요새와 같은 느낌을 준다. 밖에서 안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어있고, 문을 제외하면 다른 통로가 있어 보이지 않다. 건물들은 옆 건물과 간격이 전혀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제 오사카의 상점들도 이랬던 것 같다.

 

교토 박물관에 들러서 19세기 초엽의 사진들, 미술제품과 화려한 도자기등을 둘러봤다. 그렇게 둘러둘러 니조조성에 도착했다. 오사카성과 외관은 비슷해 보이지만, 규모가 좀 더 작다. 입구에 대문에 장식된 화려한 금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니조조 내부에는 두개의 건물이 있다. 외곽의 큰 해자로 둘러쌓인 건물과 그 안쪽에 작은 해자에 둘러쌓은 건물 이렇게다. 책에서 읽었던 걸으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바닥을 걸어볼 수 있다. 화려한 건물의 외부 모습이나 잘 꾸며진 정원과는 다르게 내부는 수수한 모습이다. 안쪽 해자를 건너면 전형적이다 싶은 일본정원이 등장한다. 예쁘다. 이런식의 인공정원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싶었다.

 

니조조 관람을 마치고 지금은 식당의 정원처럼 되어 있는 신센엔(神泉苑)-예전 왕실 유원지-을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교토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곳 역시 저녁시간에 길이 막혔다. 신호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교차로에 걸려있는 차들을 보고 사람 사는건 어디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역에 도착해서 sky way라고 명명된 7층 높이의 교토역사 천정 아래를 가로지르는 통로를 걸으면서 교토의 야경을 감상했다. 내려오는 길에 백화점(?) 내에 있는 음식점에 들러서 일본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냄새는 좀 거슬렸다. 양도 그리 많지 않았다.

 

어제 숙소로 정한 도지안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이 끝났다. 준비해온 현금이 거의 바닥이다. 내일 가장먼저 할 일은 돈을 찾는것이다.

 

[지금도 그런면이 있지만, 일본은 예전부터 카드 사용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현금을 구비하고 다녀야 했다. 지금은 웬만한 곳 어디서든 ATM을 통해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 여행객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찾을 수 있는 ATM은 특정한 곳에만 있었다. 다음날 꽤 시간을 들여서 묻고 물어서 ATM을 찾았던게 기억난다.]

 

[첫날 오사카 일정을 제외하면 이후 교토, 나라, 고베 여행은 교토에 숙소를 정하고 움직였다. 이 편이 숙소를 이동하면서 여행 하는것 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였다.]

 

이곳 도자안에서 네번째 밤이다. 쿄토에서 마지막 밤. 나라역 앞에서 산 초밥을 들고 응접실처럼 이용하는 방에 들어서니 독일에서 온 여행객과 일본 관광객 2명이 자리하고 있다. 응접실 한 귀퉁이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는데 한국서 온 자매가 인사하며 지나간다. 이틀만에 들어보는 한국어 인사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나니 이곳 숙소에서 일하는 일본분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약간 어색한 억양이지만 상당히 유창하게 한국어를 얘기한다. 한국어를 배운지 10년째라고 한다. 한국 경제나 정치에 대해서 이분과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체코에서 왔다는 두사람이 합류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중간에 '온돌'을 설명하느라 애먹었던게 기억난다.

 

오늘 여행 코스였던 나라는 교토에서 철도로 한시간 가량 거리에 있다. 여행 가이드 추천대로 자전거를 빌렸다. 900엔이다. 좀 비싼 느낌이지만 그러려니 한다. 이곳 물가에도 익숙해 져서인지 가끔 이곳이 한국의 어느 관광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 중간에 일본사람이 길을 물어오는 경우도 있는걸보면 외모만으론 국적 구별이 안가나보다.

나라는 백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곳 절들이 일본의 다른 절들과 다른점이 어떤건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말이다. 갸스갸따이사우 신이 사슴을 타고 이곳에 왔다는 전설이 있단다. 그런 이유여설까 절 곳곳에 사슴떼를 볼 수 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걸 봐선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나보다.

 

여기까지 여행기를 적었을 때 술마시러 나오라고 한다. 첫날밤 처럼 오늘도 맥주 파티가 있나보다. 테이블에는 각지에서 온 여행객이 가득하다. 독일사람, 인도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본 여행객이다. 오늘 이곳에 도착한 일본학생이 한국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꽤 잘 알고 있어서 신기했다. 일본어 단어 몇개와 영어를 섞어 쓰면서 대화는 한시까지 이어졌다. 맥주도 3병이나 마셨다. 대화 말미에 각자의 메일 주소를 건넸다.

다시 잠자리에 돌아와 여행기를 적는다.

 

나라는 작은 도시다. 구경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자전거로 한시간 정도면 주요한 유적지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사슴 사진 몇 장 찍고, 도다이지, 고호쿠지, 가스카타이샤 신사를 돌아보니 시간은 네시가 조금 넘었다. 5시까지 자전거를 반환해야 해서 남은 시간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다가 시간에 맞춰 자전거를 반환했다. 숙소에서 저녁으로 먹은 초밥 도시락을 사서 교토행 기차에 올랐다.

 

참, 점심에 들린 식당에서 텐동을 먹었었다. 새우튀김 두마리기 얹혀진 소박한 덮밥이다. 여느 일본 식당처럼 식당앞에 모형 음식들이 있어서 그 중 하나를 고르고 들어갔는데, 막상 식당안에 메뉴판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글씨만 가득했다. 내가 고른 음식모형의 글씨가 기억나지 않아서, 그나마 아는 단어로 구성된 天을 시켰던거다. 결과는 매우 불만족~ 맛을 떠나서 양이 너무 작았다.

 

[다음날은 고베를 둘러보고 오사카에서 여행 마지막밤을 보내는 일정였다. 여행 마지막날 호텔은 여행전에 미리 예약해 뒀었다.]

 

'도안지'에서 떠나기 위해 아침에 짐을 꾸렸다. 어제 만난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분에게 숙소 앞 사진 한장을 부탁하고 교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는 여행지는 고베다. 교토역 버스티켓 판매소내 빵집에서 산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고베행 기차를 탔다. 꾸벅꾸벅 졸기를 한참 '산노미야' 역 이름을 알리는 방송이 귀에 들어온다. 여행 가이드를 펼쳐서 오늘 둘러볼 코스를 정했다. 고베가 항구도시인 탓인지 외국인이 체류했던 건물들이 볼거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서 보면 특별한건가 싶긴 했지만,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이 그 앞에서 사진 찍는걸 보면 관광코스이긴 한가보다. 내겐 그런 학생들의 모습이 더 신기했다.

 

외국인 거주 지역을 지나서 산 꼭데기에 위치한 누노비키 허브공원 케이블카에 탔다. 이용료는 1200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선 정상에서 고베항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메워서 만든 거대한 신시가지 두곳이 보인다. 땅이 좁은 동네이긴 하나보다 라는 생각.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 말이다. 걸어서 천천히 허브 군락을 감상하면서 산을 내려왔다. 눈에 익은 라벤더, 코스모스, 사루비아 이외에 다양한 허브들이 심어져있다. 일본정원의 인공미 처럼 이곳 공원도 잘 꾸며져 있었다.

 

허브공원을 구경하고 공원 앞 일본라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돼지뼈 육수 특유의 냄새가 심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느끼하고 좀 짜다. 같이 나온 녹차로 느끼함을 씯어내며 한그릇을 비웠다.

 

[여행에서 걷는걸 좋아해서 걸을 수 있는 구간은 웬만하면 걷는다. 그래서 식당은 배 고프면 적당한 근처 식당을 이용한다.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고베항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 항구로 이동하는 중간에 쇼핑센터와 차이나타운을 지나쳤다. 해변에 다가가자 고베 포트 타워와 호텔의 모습이 보인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이곳 야경이 멋지다고 책에 쓰여있다. 야경을 보기 위해서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하버랜드 모자이크 쇼핑몰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은 오후 네시가 약간 넘었다. 야경을 보려면 시간이 좀 많이 남았다.

 

모자이크 쇼핑몰을 잠깐 둘러보고 항구의 벤치에 앉아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동안 멍하니 휴식을 취했다.

야경의 모습은 예뻣다. 그렇게 잠시 밤 풍경을 즐기다 고베 시청 24층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배항의 풍경을 끝으로 이날 여행을 마무리했다.

 

오는길에 오사카행 기차를 탔는데, 완행 열차표로 급행 열차를 타는 바람에 쓸데없이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역무원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바람에 한 참 실랑이 하다 결국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

 

[타는 곳이 같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으면 이렇게 완행과 급행을 잘 못 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경우 기차에서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호텔에 9시가 다되어 도착한다. 늦었지만 요기나 할 겸 시내에 나갔다. 서울 밤거리를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상점은 불이 꺼져 있었다. 문을 연 식당 몇곳과 삼삼오오 길 주변을 서성이는 젊은이들의 모습만 보였다. 햄버거 하나 사들고 호텔로 들어왔다. 퇴근길 사람들이 몰려서 호텔로 오는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내일 아침 모닝콜을 부탁했다. TV에선 끝내기 홈런으로 긴테쓰 버팔로스가 우승했다는 소식에 떠들썩하다. 일본에서 마지막 밤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몇년전에 다시 교토를 여행 할 기회가 생겼다. 첫번째 배낭여행의 추억 때문일런지 몰라도 그 때 마주친 교토의 정감은 좀 퇴색된 느낌이었다. 추억으로 각색되어진 탓일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 좀 더 관광지 처럼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감이 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