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자다가 왼쪽 다리에 쥐가 올라서 깼다. 그리고 얼마쯤 지나서 오른쪽에 왼쪽과 같은 부위에서 쥐가 났다. 살면서 양쪽 모두 쥐가 나는 건 처음이다. 운동하면서도 거의 쥐가 안 나는데 요 근래 더운 날씨에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고 걸은 것이 좀 무리였나 보다.
어제 호텔에서 공항까지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뒀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후 8시 30분에 호텔 정문을 나섰다. 40분에 신청해 뒀으니 조금 기다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앞에서 어떤 분이 '규나이든' 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설마 나한테 하는 얘기인가 했는데 그분이 택시 기사셨다. 택시는 미니밴 형태의 벤츠였다. 좌석도 상당히 편안했다. 전날 예약하면서 일반 택시에 비해서 좀 비싸다 싶었는데 이 정도면 그 비용을 치를만했다.(비용은 40유로였다. 호텔서 공항까지 거리는 40km이다.)
공항에 가는길에 더듬거리는 영어로 터키와 한국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서 그냥 간단하게 몇 마디 묻고 답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내 기사님은 운전에 집중하고 난 창밖으로 보드룸의 마지막 풍경을 감상했다.
공항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도, 작은 공항이어서 딱히 할 게 없어서 곧바로 탑승 수속을 마쳤다. 공항 안에 들어서니 두 시간 정도가 남았다. 핸드폰으로 팟빵을 들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는 거의 정시에 출발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지난번 지하철을 반대로 타면서 이동했다. 한번 와본 길이라서 별다른 시간 소모 없이 지하철로 이동했다. 거의 다 와서 환승역에서 좀 헤매는 바람에 10분 정도 더 걸렸다. 숙소는 지하철 역에서 10분 거리다. 그런데 야트막한 오르막이다. 지난 두 번의 이스탄불 숙소와는 다른 곳에 잡는다고 잡았는데 앞으로 4일 동안 운동 좀 하게 생겼다. 숙소 근처에 오니 좋은 점도 있다. 호텔 근처가 다 번화가다. 쇼핑이나 음식점, 술집 등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이 점은 괜찮아 보였다. (숙소는 페라 미술관 근처에 있었다)
Note. 이스탄불에 머물면서 세곳에 호텔을 잡았다. 처음 잡은 곳은 아야 소피아 바로 옆에 위치한 곳, 두 번째 호텔은 그랜드바자르 근처, 세번째는 Pera Museum 근처 호텔이었다. 각 호텔의 장점은 처음 호텔은 바로 옆이 이스탄불의 메인 관광지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성비가 좋다는 점, 세 번째 호텔은 주변에 놀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단점은 첫 번째 호텔 및 주변 식당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 두 번째 호텔은 적당히 무난했고, 세 번째는 트램에서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나니 4시가 넘었다. 남은 시간 돌마바흐체 궁전을 둘러볼까 하다가 후기를 읽어 보니 내일 아침에 가는 게 나을 듯해서 지난번 블루 모스크를 보고 야야 소피아 보는 걸 건너뛰었기 때문에 아야 소피아를 보러가기로 했다. 가는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야 소피아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사람들로 가득하다. 들어가는 입구로 향하는 줄이 200여 미터 가까이 된다. 별수 없이 맨 마지막으로 가서 줄을 섰다. 생각보다 줄은 빠르게 움직였고 20 여분 지나서 아야 소피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들어서서 건물을 바라보자 곧바로 로마의 건축물임을 알 수 있었다. 벽과 기둥의 건축 양식이 이번 여행에서 본 수많은 건축물과 유사하다.
Note. 이날이 일요일 이어선지 아야소피아 근처는 인산인해였다. 조금이나마 한가할 때 보고 싶다면 평일 오전에 조금 일찍 움직이면 된다.
안으로 들어서자 아치와 기둥으로 구성된 건물의 초입 공간이 나타났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본 정교회 성당이 생각났다. 천정에는 황금빛과 문양으로 채워져 있었다. 로마시대 문양인지 아니면 이슬람 시대에 새로 채색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본 어느 성당보다 화려하게 느껴졌다. 이곳 역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다. 신발을 벗고 안쪽 공간으로 들어갔다.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블루 모스크와 같은 공간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느낌이다. 블루모스크가 더 세련된 건 맞지만, 이 공간이 더 마음에 든다. 로마시대 만들어진 기둥들을 차곡차곡 타고 올라간 거대한 돔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경건한 느낌이 좋다. 1500년 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이 경이롭다. 건물의 모습에서 로마와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거쳐온 흔적들이 보인다. 이곳을 건축한 건축가는 이런 역사를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내부 모습을 보고 걸어 나오는 문쪽으로 동방정교의 그림이 문 위쪽에 남아 있었다. 한 귀퉁이에 이 한 장의 그림을 남겨둔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싶다.
아야 소피아를 나서서 잠시 주변에서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지난번 이 스타일불에 왔을 때 먹어야지 싶었던 고등어 케밥이 생각났다. 트렘을 타고 갈라타 다리 앞에서 내린 후 걸어서 갈라타 다리를 건넜다. 중간에 길에서 파는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랬다. 다리를 건너서 구글맵에 고등어 케밥을 검색하니 한 곳이 나온다. 유명한 곳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말이다. 그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구두 수선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구둣솔을 떨어뜨리길래 집어서 줬다. 대뜸 한국 얘기를 한참 늘어놓는다. 그러더니 신발을 구두통 위에 잡아 끈다. 그리고 신발을 깨끗하고 청소하더니 잠시 후 100리라를 주라고 한다. 신발을 청소하고 있을 때쯤 이런 방식으로 먹고 사시는구나 싶어서 50리라쯤 건네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게 부르신다. 얼떨결에 100리라를 건네니 또 100리라를 더 달라고 한다. 언성을 높여서 영어로 항의를 했더니 그냥 가라고 손짓한다.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케밥집으로 향했다.
Note. 고등어 케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같은 방식으로 내 앞에서 또 구둣솔을 누군가 떨어뜨렸다. 웃음이 터졌다. 길에 돌아다니면 이런 식으로 관광객 대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좀 있다. 대부분 갈라타 다리를 건너서 갈라타 타워 쪽이나 케밥집 쪽으로 이동할 때 볼 수 있었다.
10분 정도 걸어서 케밥집에 도착하니 줄이 길게 서있다. 20명 남짓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뒤쪽으로 가 줄에 합류했다. 20~30분 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다행히 줄에 선 터키 아저씨 한분과 30대로 보이는 터키 부부와 얘기를 나누면서 기다려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부부는 올 9월에 한국과 일본으로 3주 일정으로 여행을 온다고 한다. 나랑 같은 나이라고 얘기한 아저씨 한분은 DB관련 일을 했다고 하신다. 음식에 대한 얘기 한국에 대한 얘기 등등을 잠시 나눴다.
한 시간을 걸려서 고등어 케밥을 받아 들었다. 뼈는 잘 발라져 있었다. 고등어는 신선했고 향신료와 소스가 잔뜩 들어갔지만 고등어와 잘 어울렸다. 맛은 괜찮았다. 다시 한 시간 줄을 서서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고등어를 이렇게 먹을 수 있구나 정도의 경험으론 괜찮았다.
Note. 이스탄불 여행의 마지막날 저녁에 이곳에 다시 들렀다. 그때 한국인 가이드가 이곳 케밥이 다른 곳 보다 비싸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다른 곳은 향신료 없이 그냥 고등어만 끼워서 준다고 얘기했다. 다음번에 이스탄불에 가게 되면 일반적인 고등어 케밥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호텔까지 거리가 좀 있었지만, 갈라타 타워를 경유해서 천천히 걸어서 올라왔다. 호텔로 가는 길은 번화가였다. 온갖 종류의 상점들과 사람들이 길을 메우고 있었다. 저녁을 또 먹기는 뭐해서 호텔 주변 시장 골목에서 먹을거리를 사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생선튀김과 몇 가지 튀김 요리 그리고 맥주 한 병과 체리 약간을 샀다. 음식들을 안주 삼아서 맥주와 함께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오늘길에 커다란 쓰레기통 주변에서 먹을거리를 구하고 있는 꼬마애 두 명과 함께 있는 여자 한 명을 봤다. 그걸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불편하다. 100리라를 꺼내어 건네주고 길을 걸었다. 오늘 길에 비슷하게 구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관광객, 사기꾼, 길고양이들 그리고 이런 풍경들이 뒤섞인 모습 그대로의 이스탄불이 마음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