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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3. 23:18

새벽에 몇 번 잠에서 깼다 다시 자기를 반복했다. 시차에 적응된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새벽시간에 깊이 자는 건 잘 안 되는 것 같다. 여섯 시 정도에 잠에서 깨서 그냥 오늘 뭐 할지를 생각해 봤다. 월요일에 가기로 한 비토샤산을 오늘 가면 어떨지 생각해 봤는데 딱히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월요일에 소피아 관광하고 미술관을 보면 되겠구나 싶었다. 구글에서 미술관을 검색해서 휴무일을 체크해 봤다. 예전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휴무일을 챙기지 못해서 못 봤던 미술관이 있어서였다. 미술관 휴무일은 월요일이다. 별 수 없다. 비토샤산 올라가는 일정을 원래대로 월요일로 미룬다.(이날은 토요일이었다)

시내 관광이라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8시쯤 숙소 근처의 과일 가게에 들렀다. 이제 막 문을 열었나 보다. 잼, 식용유, 바나나 몇 개를 샀다. 어제 달걀을 샀는데 숙소엔 식용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나나, 달걀프라이 그리고 어제 먹고 남은 고기 한 조각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Note. 빵과 함께 먹으려고 무화과 잼을 샀는데 적당한 빵을 구하지 못해서 이 잼은 결국 한국까지 따라왔다. 나한테 주는 선물이 돼버린 셈이다. 소피아 여행 후반부에 빵을 사는 곳을 찾기는 했는데 그땐 먹을게 많아져서 결국 이 잼은 그대로 짐에 포함되어 버렸다.


트램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3일째라서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 레닌동상이 철거된 위치에 있는 소피아 동상(Sofia Monument)이 가장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다. 오늘 둘러볼 코스는 어제 아침에 투어버스를 타려고 걸었던 길 근처에 있는 다양한 종교의 성당들이다. 스베타 네델리야 교회(여기도 사진 찍으로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세인트 페트카 교회, 그리고 대통령궁과 그 안쪽에 있는 세인트 게오르그 로툰다 교회 이렇게다. 가까운 거리에 붙어 있어서 사진을 찍으며 세 곳을 모두 돌아봤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로툰다 교회였다. 로마시대의 건물처럼 보이는 파괴된 유적지와 한쪽 편에 남아 있는 성당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성당 건물의 안쪽은 수수했다. 화려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가 없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곳에 비해서 조그만 성당 구조의 수수함과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이 어우러져 다른 건축물에 비하면 포근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소피아 동상, Saint Petka Church, Sveta Nedelya Church
St. George Rotunda Church, 불가리아 대통령궁


대통령궁 정문을 통과해서 The Palace - National Art Gallery로 이동했다. 이곳과 국립 미술관이 무엇이 다른지 좀 헷갈렸는데 두 군데를 다 돌아보고 나니 첫 번째로 본 곳이 왕실 미술관 정도였던 듯하다. The Palace - National Art Gallery는 두 개의 세션이 운용되고 있었다. 하나는 왕실 미술관 기본 전시품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불가리아 민속 전시회 성격의 전시였다. 왕실 전시품들은 그래서 초상화가 많았고, 미술품 역시 화려한 성격의 미술품들이 많았다. 이때는 국립 미술관을 가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미술품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미술관 건물은 매우 화려했다. 건물 자체도 하나의 미술품처럼 느껴졌다. 

The Palace - National Art Gallery


왕실 미술품들에 대한 관람을 마치고 민속 전시회도 둘러봤다. 시골에서 생활에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농사나 낚시, 사냥에 쓰이는 물건들. 결혼식 예복이나 사진들, 그리고 민간에서 사용되는 장식품과 그것을 만드는 간단한 체험방 같은 것도 함께 운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그것들과 닮은 듯 다른 모습들이 이채로웠다.

생활용품들 (우리네 물건들과 비슷하다)
전통장식 체험하기 및 작품들


The Palace - National Art Gallery를 나와서 국립 미술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가기로 생각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성당 근처에 오갈 무렵 앞쪽에 건물이 하나 등장했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아침에 코스를 잡을 때 대성당 근처의 성당도 봐야 한다고 했었던 게 말이다. 세인트 소피아 교회. 다른 성당과는 건물의 모습도 조금 차이가 있었다. 동방정교회 건물이란다. 여기가 독특한 것은 지하에 유적지가 있다는 것이다. 겉에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지하 유적은 생각보다 넓었다. 이곳에는 이전 교회건물의 유적 및 고대 로마도시 세르디카의 유적 및 모자이크 등이 남아있다. 지하 공간이 엄청 넓다고 할 순 없지만 조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나온 길을 찾는 게 헷갈릴 정도의 크기는 된다.

St. Sofia Church


교회 건물을 빠져나와서 근처 일본라멘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고 평범한 맛이었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성당


국립 미술관은 내 생각보다 더 넓었다.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시 공간만 30개가량 되었다. 1층에 인도나 태국, 일본에서 온 다양한 조각들과 그림이 조금 생뚱맞기는 했지만, 나머지 공간들은 근대에서 현대까지 불가리아 미술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술품 들이었지만 미술관에 있는 세 시간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술관 1층 별도의 공간에 전시된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도 괜찮았다. 기억에 남는 건 1930년대 미술작품 들이었다. 이 시기의 그림이나 조각들은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무심한 듯 일상을 그린 작품들이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인터넷을 뒤적여 봤지만 딱히 한글로 나오는 자료가 없다. 불가리아 미술이 우리나라에서 관심밖인 건 뭐 당연해 보이긴 하다. 시간 날 때 좀 더 찾아보긴 해야겠다.

아래는 미술관에서 찍은 미술품 사진들 중 일부이다.

현대미술 작가 작품들(동일 작가)
미술관 전시 작품들 중
미술관 앞마당 전경 (뒷편 건물과 잘 어울려서 그림처럼 보였다)
1900년대 중반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미술관 앞마당 벤치에 앉아서 본 풍경

불가리아에 와서 맛있다 싶은 빵을 먹지 못했기에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괜찮은 빵을 사가고 싶었다. 미술관을 나와서 빵집을 검색했다. 한참을 걸어 빵집에 도착했는데 대부분의 빵들이 팔려나가고 한 종류의 빵만이 남아있다. 남은 거 몇 개 사고 어제 들렀던 슈퍼에 들어서 고기하고 볶음밥 그리고 가지를 기본으로 만든 채소 볶음을 샀다. 슈퍼 아주머니가 떨이를 팔듯이 잔뜩 눌러서 담는 바람에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사게 됐다. 그리고 근처 과일 가게에서 바나나 몇 개를 더 샀다.

 

숙소로 돌아와서 사 온 음식들을 먹어보니 어제와는 다른 고기다. 너무 퍽퍽한 닭고기로 만든 고기 덩어리라 먹기가 쉽지 않았다. 라면 1개를 끊인 후 사 온 음식들을 주욱 나열해 두고 먹었다. 어제 사둔 요거트도 함께 먹었는데 레몬 요거트가 마음에 들었다. 신맛을 좋아하는 나로선 한국에서도 이런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여행은 체력적 한계 때문에 대부분 5~6시 정도면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샤워를 마치고 여행기를 쓰는 것으로 하루 일정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