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를 끊을 때 직항보다는 경유지를 거치는 경우가 더 싼 경우가 많다. 호주 항공편의 경우에도 베트남 경유가 직항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했던 듯 하다. 이런 경우 난 경유지를 아예 여행 일정에 포함시켜 버린다. 직항 비행기 값 아낀 비용이면 하루짜리 경유지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치민 여행은 이렇게 하루짜리 반짝 여행이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하루 일찍 출발해서 하루가 조금 넘는 시간을 베트남 여행에 쓸 수 있었다. 이렇게 할 경우 좋은점은 공항에서 대기하는 몇시간을 여행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입출국 시간까지 생각하면 별 잇점이 없을 수 있지만, 멍하니 기다리는 지루함은 없어서 좋다.
여행에서 음식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숙박은 싸게 한다는게 내 모토이긴 하지만, 이날 숙소는 5성급 호텔을 잡았다. 19세기 분위기의 고풍스런 실내 분위기가 좋았다.
강을 끼고 있는곳에 자리한 호텔 옥상에서 저녁을 먹었다. 랍스터와 새우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코스였다. 호주에서 여행은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면서 짠돌이스런 여행였지만, 하루짜리 베트남 여행은 돈 아끼지 말고 있다 가자는데 친구와 합의를 보았다. 이곳 새우는 우리나라 새우와 달리 집게 같은 앞다리를 가지고 있다. 랍스터나 새우 맛은 그렇게 특별할 것 까진 없었던 것 같다. 가성비가 나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저녁을 먹고 호텔 주변부 산책을 했던 듯~
우리가 묶었던 호텔 전경
대통령궁을 보는 일정으로 하루짜리 여행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잠깐의 여행 대부분은 기억에 없다. 아마도 딱히 인상에 남는 부분이 없어서 였을까~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장면을 끄집어 내 보면, 호주로 가기 전 호치민을 경유할 때 몇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있어서 가볍게 점심이나 먹자고 호치민 시내로 나왔었다. 체인점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 쌀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시내 구경을 나왔었는데 끝도 없이 지나치는 오토바이 행렬에 길을 못건너고 주저하고 있었던게 기억난다. 그때 건너편에서 식당 안내를 맡은 분이 길을 건너와서 우리를 데리고 그 오토바이 행렬을 통과해 길을 건너게 해줬다. 이 한번의 경험 이후엔 오토바이 행렬을 통과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그분의 친절함에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두번째로 들린곳은 전쟁박물관. 베트남전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서 두번째로 파병 규모가 큰 나라였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시작된 전쟁이고, 태어난 이후 몇년이 지나서 끝난 전쟁이기에 베트남전은 그저 중고등학교때 파병했던 선생님들의 무용담을 제외하면 딱히 아는게 없었다. 우리나라 국군이 잘 싸웠다는 무용담 외엔 말이다. 호치민에 있는 전쟁박물관은 피해자의 시각에서 본 베트남 전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었고, 막상 가해자 였던 국가의 국민으로서 느낌은 묘했다. 우리나라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침략에서 피해자의 입장과 그 상대편에 대한 부당함을 배우던 시각에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가해자 시각은 꽤 불편했다. 내가 당사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같은 사실도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듯 하다.
비행기는 저녁 늦은 시간에 출발하기 때문에 남는 시간은 호치민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걸어다녔다. 지금이라면 좀 더 색다른 일정을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땐 여행 가이드에 나와있는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게 일반적인 여행 패턴이었다.
그렇게 대략적인 구경으로 오전 일정을 마치고 가볍게 점심을 먹었다.
오후엔 숙소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한 벤탄시장에 들렀다. 이때만 해도 여행가서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기념품이라도 사가는게 기본이었던 시절이고 개인적으로도 시장 구경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일주일짜리 여름휴가가 끝이 났다.
아래 사진은 같이 여행 간 은진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