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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2. 17:21

자며 깨며를 반복하다가 아침을 맞았다. 더이상 찬 바닥과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후닥 몸을 털고 일어났다. 추위와 고산지대 환경 때문인지 피곤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컨디션을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 하다.

 

사진은 트레일 내내 숙소가 되어준 텐트이다. 그 앞에 보이는 녹색 텐트가 주방 겸 식당이다.

 

 

세째날 트레일 코스는 중간 중간 잉카 유적들이 좀 더 많이 자리하고 있다. 트레일 코스는 둘째날 만큼은 힘들지 않지만, 비에 젖은 산길과 길 옆으로 보이는 비탈이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한다. 길이 험해질수록 사진을 찍을 여유도 함께 사라진다. 가이드는 몇번을 반복해서 길을 가는 도중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mountain side'로 피해야 한다는 말을 주지시킨다.

 

트래킹 도중에 만난 고대 잉카의 유적지. 잉카 트레일이 좋은점은 많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이렇게 고대 잉카인들이 만들어 둔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여행을 간 1월은 우기라서 비가 많이 오는 시즌이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비가 잠깐잠깐 흩뿌리는걸 제외하면 날씨는 좋았다. 이렇게 걷기도 힘든 높디 높은 산골짜기에 이런 돌 건축물이 존재한다는게 신기하다.

코스 중간에 점심을 먹을만한 장소가 도착했다. 우리 말고도 트레일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첫째날을 제외하면 둘째날과 세째날은 아침 일찍 움직여선지 그렇게 바쁘다는 느낌은 없다.

가끔식 잉카의 유적들이 등장한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사진의 길 옆은 덤불이 수북해서 안보이지만 가파른 산비탈이다. 떨어지면 찾을수나 있을까 싶다. 최대한 산쪽으로 붙어서 조심스레 내려온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편이라 이런길을 걷는게 전혀 즐겁지 않지만, 덕분에 피곤함은 한쪽에 밀어 놓고서 최대한 조심스레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검은 옷은 같이 동행한 회사 동료. 노란색 우의가 우리팀 가이드 파란색 우의가 상대팀(미국 남매) 가이드.

 

셋째날 숙소에 거의 다 와갈무렵 가이드가 숙소로 가는 가까운 길 말고 30분 정도 걸어서 돌아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옛 잉카 유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 남매와 우리팀 두명 모두 흔쾌히 돌아서 보고 가는것에 찬성이다. 미국 남매들이 먼저 출발하고 우리 두사람 역시 거의 뛰다시피 유적지로 향한다. 유적지로 향하는 길은 거의 평지성이고 뭔가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금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옛 잉카의 계단식 밭이 보이고 거기에 라마 몇마리도 보인다. 멀리 우르밤바 강의 풍경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유적지 아래로 세번째 야영지의 모습이 보인다.

풀을 뜯고 있는 라마를 배경으로 한 컷. 계단식 밭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서 숙소로 내려간다.

저녁식사에 여행을 잘 마쳤다는 기념으로 케익이 나왔다. 그리고 짐을 지고온 포터들과 요리사들이 인사를 한다. 가이드가 팁을 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인원당 20불 정도를 줬던것 같다. 여행 인원이 4명 뿐이라서 1인당 부담액이 좀 됐던것 같다. 가이드에겐 100불 정도 줬던 듯 하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간단한 선물도 함께 줬다. 나도 젊다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라 스스로 잘했다고 다독거리고 있었는데, 20kg이 넘는 짐을 지고 여기까지 온 포터 한분이 나이가 60 가까이 되셨다고 해서 놀랬던게 기억에 남는다.

 

셋째날 야영지에는 원래 더운물로 샤워할 수 있는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전 지진으로 부서졌단다. 지붕이 쪼개져서 한쪽 편에 허물어져 있는게 보인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차가운 샤워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3일 내내 걸으면서 온몸이 땀투성인데 오늘마져 샤워를 하지 않는게 참을 수 없어서 간단히라도 샤워를 하기로 결정한다. 숙소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차가운 물이 쏟아지는 샤워 부스가 있다. 물에 손을 데어보니 차가움에 샤워할 엄두가 안난다. 일단 잠깐 몸 전체에 물을 끼얹는 것으로 샤워를 마치려고 마음 먹었다. 샤워 물줄기가 몸을 감싼다. 엄청 차다. 바로 끝낼까 하다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의 짠맛에 한번 더 샤워기 물줄기의 차가움을 경험한다. 

 

샤워를 마치고 텐트에 들어가니 3일간 포터에게 맡겼던 짐이 텐트에 들어와 있다. 딱히 무거운 짐은 없지만, 무거울만한 짐은 내 배낭에 옮겨 담고, 나머지 배낭에 나머지 짐을 옮겨 담는다. 내일은 두명 모두 짐을지고 걸어야 한다. 마추픽추까지 남은 길이 그리 길지 않고 평지성 내리막 길이라 조심해서만 걸으면 특별히 문제가 있을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