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트레일

잉카 트레일 첫번째

bono~ 2021. 12. 6. 15:42

3년 전 여행에서 돌아온 뒤 1년 정도는 새로운 여행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2년이 지났다. 이렇게나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나 싶다. 그리고 이전 기억을 더듬어서 간단하게나마 여행기를 남겨두고 싶어졌다. 

 

여느 여행처럼 그저 '저거 한 번 해봐야겠다'가 여행의 출발점이었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추픽추를 걸어서 갈 수 있는 여행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여행의 시작.

 

일정을 정하고 검색하고 일단 예약하고, 그리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메일 몇 번 주고 받는 것으로 여행 준비 끝.

 

잉카 트레일의 시작점이 될 내가 예약한 여행사는 쿠스코에 있다. 쿠스코로 가는 방법은 리마를 거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리마로 가는 방법은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미국을 거쳐서 가거나 스페인을 거쳐서 가거나이다. 나는 스페인 여행도 할 겸, 그리고 나와 동행한 직장 동료는 메시 축구 경기도 관람할 겸 겸사겸사 스페인을 거쳐서 가기로 했다. 인천을 출발해서 중간 기착지인 뮌헨을 거쳐서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 FC 경기를 본 후 기차로 마드리드로 이동해서 리마행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으로 마추픽추 보러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12시간이 걸리는 리마행 비행기의 단점은 한국어 자막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쯤은 좀 개선되었나 모르겠다.

저녁 늦게 호르헤 차베즈 공항에 도착했다. 치안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읽고 와서 미라플로렌스에 숙소를 잡고 택시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다음날 새벽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눈을 떳다. 30일 남짓의 짧은(?) 기간에 많은 일정들을 욱여넣은 탓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구간은 이런 식으로 잠깐 스치듯 지나쳤다.

 

 

 

 

 

 

리마에서 쿠스코 까지는 한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7시 비행기라 도착하니 아침이다. 독특한 푸른 빛깔의 하늘 아래 공항 풍경.

 

숙소는 쿠스코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움직이는 곳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고, 잉카 트레일을 신청한 여행사와도 걸어서 십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숙소는 깔끔한 편으로 마음에 들었다. 쿠스코는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 후지산을 등반한 경험으로 내가 고산병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알고 있어서 필요한 약 몇 개를 가져오긴 했는데 역시나 시간이 지나니 컨디션이 급격히 다운된다. 

여행사에 들러서 내일 출발하는 잉카트레일의 출발 시간 및 간략한 설명을 듣고 간단하게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남는 시간은 쿠스코 시내 여기저기를 걸으면서 일상을 떠난 여행의 느긋함을 만낏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3000미터가 넘는 고도 탓에 저녁 즈음엔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는 점이다. 입맛은 없었지만 내일부터 3박 4일 산길을 걸어야 한다는 걸 생각해서 시내 한식당에 들러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모래를 머금은 듯 입안이 까끌거려서 맛보다는 에너지 보충 차원의 식사였다.